부동산 실전 가이드

도시계획시설 부지에 지어진 주택, 안전한가요?

spring294 2025. 7. 3. 06:00

부동산을 매입하거나 보유하는 사람이라면 토지의 용도지역이나 지구단위계획 등을 한 번쯤은 확인해보셨을 겁니다. 그런데 실무에서는 이를 넘어서 ‘도시계획시설’ 여부까지 따져야 하는 경우가 점점 많아지고 있습니다. 도시계획시설은 도로나 공원, 학교, 하수처리장 등 공공 기반시설 설치를 위해 지방자치단체나 국토부가 계획상으로 정해둔 땅을 말합니다.

 


겉보기에는 평범한 주택지처럼 보이지만, 토지이용계획확인서나 도시계획열람도에서 ‘도로 예정지’, ‘공원 부지’ 등으로 표시되어 있다면 이는 장기적으로 공공개발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문제는 이 같은 도시계획시설 부지 위에 이미 주택이 존재하거나 심지어 새로 신축되어 거래되는 경우도 있다는 점입니다.

도시계획시설에 속한 부지는 장기 미집행될 수도 있지만, 한번 시행이 결정되면 수용 또는 철거의 대상이 될 수 있으며, 재건축·재개발·용도변경 등이 극도로 제한됩니다. 따라서 도시계획시설에 속한 주택을 매입하거나 보유 중이라면 그 리스크를 제대로 인지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도시계획시설 부지란 무엇인지, 이 위에 지어진 주택이 어떤 법적·재산적 리스크를 안고 있는지, 실무 사례와 함께 정리해 보겠습니다.

 

도시계획시설, 그게 뭔가요?

도시계획시설은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에 따라 공공이 도시의 효율적 기능과 삶의 질 향상을 위해 미리 계획한 기반시설입니다. 크게 도로, 공원, 녹지, 학교, 주차장, 하수도 등으로 나뉘며, 일반적으로 장래에 해당 부지에 이러한 시설을 설치하겠다는 목적을 가지고 지정됩니다.

 

이때 ‘도시계획시설 부지’란, 아직 해당 시설이 설치되지 않았지만 향후 설치될 예정인 땅을 말합니다. 이런 부지에 주택이 지어져 있는 경우, 겉보기엔 일반적인 주거지처럼 보이지만 사실상 사적인 개발이나 거래가 제한될 수 있는 땅인 셈입니다.

 

특히 문제는 일부 지역에서는 이런 도시계획시설이 수십 년간 미집행되기도 하며, 그 사이에 주택이 거래되거나 신축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는 점입니다.

 

 

왜 이런 땅에 집이 지어질 수 있을까?

도시계획시설로 지정되었다고 해서 곧바로 수용되거나 공사가 시작되는 건 아닙니다. 계획만 있고 시행은 미뤄지는 ‘미집행 도시계획시설’ 상태로 수십 년을 유지하기도 합니다.

 

이런 기간 동안 토지 소유자들은 ‘어차피 수십 년간 아무 일도 없었으니 괜찮겠지’라는 인식으로 주택을 신축하거나 매매에 나서기도 합니다. 특히 해당 지자체가 예산이나 개발계획 부족으로 장기간 사업을 시행하지 않으면 사실상 일반 부지와 다르지 않게 사용되기도 합니다.

 

이와 관련된 대표적인 사례가 경기도 고양시의 한 도로 예정지 부지입니다. 이곳은 1997년에 도시계획시설로 지정되었지만 20년 넘게 미집행 상태였고, 그 사이에 5세대가 단독주택을 지어 실거주를 해왔습니다. 그러나 2022년 도시계획이 본격 시행되면서 해당 주택들은 철거 명령과 함께 수용 대상이 되었고, 토지보상금 외에 건축물 보상에 대한 갈등이 심각하게 발생했습니다.

 

도시계획시설에 지어진 주택의 3대 리스크

1. 수용 또는 철거의 가능성

해당 부지에 도로나 공원 등 공공시설이 실제로 설치되면 주택은 수용되거나 철거될 수 있습니다. 물론 보상이 이뤄지긴 하지만, 보상가가 시세보다 낮게 책정되거나 건물 자체가 무허가로 간주될 경우 아예 보상을 받지 못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2. 개발·리모델링·건축 규제

해당 부지는 도시계획시설로 묶여 있어 건축행위가 제한되며, 리모델링이나 증축도 허가가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 따라서 오래된 주택을 리모델링하려 해도 불허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로 인해 자산가치가 자연스럽게 하락하게 됩니다.

 

3. 매매 및 담보대출의 어려움

이러한 부지는 향후 수용 또는 철거 위험이 존재하므로 금융기관에서 담보가치를 낮게 평가하고, 대출 한도도 제한적으로 나옵니다. 또한 매수자 입장에서는 향후 불확실성이 크기 때문에 매매도 원활하지 않습니다. 실수요자뿐 아니라 투자자에게도 매우 불리한 조건입니다.

 

도시계획시설 자동해제 한계

한편, 2020년부터는 장기미집행 도시계획시설에 대한 해제 조치가 시행되고 있습니다. 도시계획시설로 지정된 후 20년 이상 시행되지 않은 경우, 지자체가 해당 계획을 자동 해제하거나 정비계획을 수립해야 한다는 내용입니다. 실제로 서울과 수도권 일부 지역에서는 2020년 이후 대규모 도시계획시설 해제가 이뤄지며, 토지 활용도가 높아진 사례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모든 도시계획시설이 20년이 지나면 자동으로 해제되는 것은 아닙니다. 예외 규정이 많고, 해제 여부와 시기는 지자체의 판단에 따라 결정됩니다. 또한 계획이 구체화되었거나 예산이 확보된 부지는 해제 대상에서 제외되기도 합니다. 따라서 단순히 20년이 지났다는 이유만으로는 안심할 수 없습니다.

 

계약 전 확인과 전문가 상담은 필수

도시계획시설 여부는 ‘토지이용계획확인서’ 또는 해당 시·군·구청의 도시계획열람 서비스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일반인 입장에서는 용도지역·용도지구와 달리 도시계획시설은 익숙하지 않기 때문에, 부동산 계약 전 반드시 관련 정보 확인 전문가 상담이 필요합니다.

 

특히 부동산 중개인이 “이 집은 그냥 오래된 것일 뿐이고, 문제 없다”고 말하더라도 반드시 직접 확인하거나 공인된 자료를 요청해야 합니다. 또한 이미 도시계획시설로 지정된 땅이라면 향후 집행 가능성, 수용 가능성, 보상 기준 등을 지자체 도시계획 부서나 보상 전문 변호사, 감정평가사와 상의하는 것이 좋습니다.


 

도시계획시설 부지 위에 지어진 주택은 외형상 일반 주택과 다를 바 없지만, 실제로는 상당한 법적·재산적 리스크를 안고 있습니다. 특히 다음과 같은 점들을 인지하고 신중한 판단이 필요합니다.

 

  • 해당 주택이 수용 대상이 될 수 있는 도시계획시설에 포함되어 있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 장기 미집행 상태라고 하더라도 향후 사업 시행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습니다.
  • 주택의 개보수나 매매, 대출이 제한될 수 있으므로 실수요자에게도 불리할 수 있습니다.
  • 20년 자동 해제 조항이 적용되지 않는 사례도 많아, 단순한 시간 경과로 안심해선 안 됩니다.
  • 계약 전 토지이용계획 확인 및 전문가 상담이 필수적입니다.

 

‘부동산’은 단순히 건물만을 사고파는 것이 아니라 그 토지에 얽힌 계획과 규제까지 이해하고 판단해야 하는 자산입니다. 도시계획시설 부지는 겉으로 보이는 것만 보고 판단하면 낭패를 보기 쉬운 대표적 사례입니다. 안전한 부동산 거래를 위해서는 표면 아래에 감춰진 ‘계획의 그림자’까지 살펴보는 신중함이 필요합니다.